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너무 다양한 사이버폭력 사례가 있어서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 정도입니다. 아마 학부모님들께서도 자녀가 어떤 SNS와 앱들을 사용하는지 확인해 보면 너무 많아서 놀랄 거예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이 비교적 유명한 SNS도 이용하지만, 익명 채팅이나 익명 질문같이 익명성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많이 씁니다. 그리고 각 학교별로 'OO학교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아요.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로 'OO학교에서 알려드립니다' 페이지의 운영자에게 보내면 '익명의 학생 누구가 올린 사연'이라는 제목으로 올려주는 식이죠. 사이버폭력이 발생했는데 어떤 학생이 운영하는지 교사들도 몰라서 애를 먹었고, 결국 제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에게 메일을 보내 폐쇄해 줄 것을 부탁한 적도 있습니다. 우선 사이버폭력의 종류와 사례에 대해서 소개드릴게요.
1. 저격
페이스북이나 공개된 인터넷 커뮤니티에 피해학생에 대한 욕설이나 비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저격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저격이 최악의 사이버폭력인 이유는 피해학생을 아는 사람들만 이해하는 방식으로 괴롭힌다는 겁니다. 가령 얼굴에 큰 점이 컴플렉스인 학생을 저격한다고 가정하면, '점박이 너무 웃겨'라는 식으로만 올리는 거죠. 피해학생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버폭력의 명확한 증거라고 보기 어렵죠. 이런 가해학생들은 불러서 물어봐도. '저희 집 강아지 이름이 점박인데요.'라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습니다. 악질이죠.
2. 패드립
패드립은 패륜과 드립의 합성어입니다. 보통은 가족 욕설, 특히 부모님에 대한 욕설을 의미합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아주 친한 사이에서는 심심찮게 패드립이 나오기도 합니다. 온라인 상에서는 더욱 심하겠죠. 보통 학생들은 자신이 속한 반의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서 특정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누가 저렇게 나았는지, 안 봐도 부모도 이상할 듯.'과 같은 패드립을 하는 식으로 사이버폭력을 저지릅니다. 여기서도 문제는 주어를 언급하지 않고 은근한 뉘앙스로 피해학생을 괴롭힌다는 점이에요.
3. 불법 촬영 및 유포
최근 학교에서 몰래카메라를 교직원, 여학생 화장실에 설치하여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이 뉴스에 보도되곤 합니다. 이 부분은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지만 학부모님께서는 비교적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최근 교육청 공문을 통해서 학교 불법촬영 방지를 위해서 담당 교사를 지정하여 한 달에 한 번 전체 화장실, 샤워실 등 몰래카메라가 있을 만한 공간을 순찰하고 보고하도록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1년에 2회 직접 경찰관이 학교 화장실을 순회하며 몰래카메라 점검을 합니다.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불시에 순찰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고요.
4. 지인능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란물에 지인들의 사진을 합성하는 범죄행위입니다. 얼굴 사진 몇 장이나, 얼굴이 등장하는 동영상만 있으면 AI가 얼굴 정보를 추출하여 음란물에 등장하는 인물의 얼굴과 바꿔줍니다. 보통 학생들이 유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친구를 놀리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중대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적발된 학생들이 장난이라거나, 친구를 놀리기 위해서 가볍게 한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사이버폭력임은 명백한 행위지요.
5. 디지털 그루밍
감정적으로 취약한 학생들에게 접근하여 익명 채팅, SNS 통해 대화를 나누며 서서히 친밀감을 쌓으면서 길들입니다. 나중에는 쌓인 유대감을 이용하여 몸캠피싱을 하거나, 성 착취를 합니다. N번방이 대표적인 경우죠. '부모님에게 너의 비밀을 폭로한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면 학생들은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요구에 따르게 됩니다. 가장 위험한 사이버폭력이고, 부모님들께서도 항상 주의를 주셔야 해요. 학교에서 저도 비슷한 사이버폭력으로 학교폭력 사건 접수를 한 적이 있는데요. 가해자도 학생이었습니다. 익명 채팅을 하면서 만나 서로 친구가 된 뒤, 몸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는 식으로 조금씩 수위를 높여가면서 성 착취를 하다가, 결국 이 사진들을 친구들에게 보낸다는 협박을 당했더라고요. 다른 건 몰라도 익명 채팅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사이버폭력은 부모님이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청소년 유해차단 앱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각 통신사에는 청소년 유해차단 앱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SKT는 T 청소년안심팩, LGU는 U+ 자녀폰 지킴이 앱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익명 채팅을 이용한다는 것은 오프라인의 친구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말이고, 가족들과는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문제를 갖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결국 소통의 부재가 사이버폭력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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