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학교폭력 신고에 대한 결심이 보통 용기로는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용감하고 굳은 다짐을 하게 된 학생 여러분을 칭찬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대견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잘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학교폭력 신고를 결심했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할 3가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학교폭력 증거를 수집하세요.
제가 학교폭력 문제로 피해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학교는 CCTV 설치가 제한적이고, 심지어 CCTV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리는 녹음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학교폭력 상황에 대한 증거가 매우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학교폭력 유형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사이버 폭력의 경우는 비교적 증거 수집이 쉽습니다. 가해학생이 보낸 SNS 메시지, 통화녹음 등을 확보하세요.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다면 모두 수집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교적 약한 폭력이라도 증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또한, 학교나 외부에서 물리적인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당한 경우는 녹음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녹음한 것은 불법이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불법이 아닙니다. 대화 당사자와 자신의 대화가 들어간 녹취 내용은 불법이 아니니,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활용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은근한 따돌림의 경우 주변 학생들의 증언을 확보하세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증언해 줄 학생들을 찾고, 이 학생들에게 미리 부탁을 해 놓으면 좋습니다. 만약 주변의 학생들이 상황을 목격하였음에도 증언해주지 않을 것 같다면, 학생확인서에 'OOO학생이 목격하였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넣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목격학생은 가급적 학급의 반장, 부반장 선생님들이 믿을만한 평소 행실이 성실한 학생일수록 좋습니다.
2. 학교폭력 신고는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직접 하세요.
이전 포스팅에서도 제가 강조했던 내용입니다. 담임교사와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 어떤 성향의 교사냐에 따라서 반응이 천차만별로 나뉘게 됩니다. 이는 담임교사의 주관적 생각이 개입되기 때문인데요. 어떤 교사는 물리적인 폭력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면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교사도 있습니다. 이런 교사에게는 자칫 이야기를 꺼냈다가 무시당하거나, 참으라는 조언을 하거나, 심지어 예민하다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습니다.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하지만 이런 담임교사가 없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 없습니다. 제 주변 교사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아직 학교에서 학교폭력 접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가해 학생들을 불러 훈계와 처벌을 하는 교사도 있고, 반대로 둔감하여 신고를 접수한 지 며칠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일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직접 신고하면 사안의 심각성과는 전혀 별개로 무조건 학교폭력으로 48시간 내 접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생활안전부, 혹은 학생부에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직접 신고하세요.
3. 학교폭력 신고로 어떤 결과를 얻고 싶은지 미리 생각하세요.
사실 이 포스팅의 핵심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신고에 대한 결심은 섰는데 과연 어떤 결과를 위해서 신고하는 것인지 학생 스스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쟤가 내 눈에 안 보였으면 좋겠다.' 라던가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라는 추상적인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신고를 위해서 낸 용기에 대해서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이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쉬워집니다. 가령, 학교폭력 결과로 '가해학생의 반을 교체했으면 좋겠다.' 라든가 '학부모와 학생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 모습을 봐야겠다.'라던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학교폭력 신고를 하면 바로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아니라,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소요됩니다. 학교에서 가해학생과 마주쳐야 할 시간이 길어진다는 의미죠. 그러면 목적이 명확해야 합니다. 사과를 받고 끝내고 싶은지, 처벌을 원하는지, 처벌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의 처벌을 원하는지를 미리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처분이 내려질 수 있는지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상담하는 과정이 있으면 더 좋겠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학교폭력 신고를 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3가지에 대해서 써 보았습니다. 핵심은 세 번째 내용입니다.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신고하는지, 어떤 결과를 위해서 신고하는지를 반드시 생각해보시고 신고하세요. 그리고 부모님께도 반드시 이 점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께서 오히려 가해학생에 대한 옹호나, 일이 커진다고 두려워하며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큰 용기를 냈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제가 멀리서 응원하겠습니다. 혹시 학교폭력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비공개 댓글 남겨주시면 상담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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