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로 인해 고통을 받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꾹 참고 버티셨던 선생님들의 퇴직 신청도 많이 늘었고요. 최근 5년 간 신입 교사의 퇴직 비율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체 교사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대체 뭐가 문제일까?
1) 학생 제재 수단의 부재
학생이 어떤 난동을 부려도 교사는 이를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없습니다. 폭력 행위를 해도 반격이 안됩니다. 저 또한 과거에 학생부 선생님들께 체벌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최근에는 체벌을 포함한 그 어떤 제지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러다 보니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품행장애부터 시작하여 분노조절 장애, 충동적이고 공격성을 갖고 있는 ADHD 학생들은 각 반에 1~2명씩은 꼭 분포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학생들은 질환의 영역이기 때문에 단순히 선생님이 말로 타이르는 걸로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교실에서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한데요. 일단 수업을 못 듣게 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로 신고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 교사가 강제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여 학생을 교무실이나 상담실로 데려가는 것은 아동학대에 해당하죠.
과거에 잠시 존재했던 상벌점제는 유명무실해진지 오래입니다. 상벌점제는 학생이 상점, 벌점을 받으면 즉시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가 가도록 시스템화되어 있었는데 몇몇 학부모가 매일 같이 벌점 메시지를 받는 것이 스트레스이고 업무에 지장을 준다고 민원을 제기했고, 학교에서 이를 받아들여 상벌점제를 폐지하기에 이릅니다.
물론 수업 방해 행위로 선도위원회(생활교육위원회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면 학생을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처벌이 기껏해야 교내봉사 수준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학교에서 선도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기껏해야 4가지 정도입니다.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사회봉사는 코로나 이후로 도저히 보낼 기관이 없어졌습니다. 코로나 감염 위험성이 있어서 안 받겠다는데 뭘 어쩌겠어요. 그리고 특별교육은 각 교육청 Wee센터에서 진행하는데 달에 한 번 합니다. 심지어 방학 때는 못 보내요. 그러니 학생이 잘못을 해도 벌을 받기까지 적어도 1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는 겁니다. 반성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죠.
그렇다고 출석정지를 하기도 부담입니다. 수행평가와 시험기간이 있기 때문에 특정 학생을 수업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학습권 침해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교내봉사 5일 처분하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리고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하면 담당교사가 학생들을 불러 조사하고, 부모와 상담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권침해 행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교사가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탓을 돌리기도 합니다. 교권보호위원회 담당교사의 업무적 스트레스가 심각해지죠. 그래서 피해를 당한 선생님 입장에서는 마치 내가 당한 피해를 보호받기 위해서 다른 교사에게 짐을 떠 넘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죠. 그러다 보니 '그냥 내가 참지 뭐'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는 겁니다.
이렇듯 학생을 제재할 수 있는 명확한 수단이 없습니다. 교권침해를 당해도 고스란히 교사가 스스로 삭이고 버텨야 하는 이유죠.
2) 학교는 학부모 민원에 취약한 공공기관
학교는 공공기관이고 학부모님 민원에 매우 취약합니다. 실제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자외선 농도가 짙은 날에 가장 많이 받는 민원 전화는 학생들을 외부에서 활동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교사가 법정 기준에 맞춰서 충분히 파악하여 지도하는 교육활동이 민원 전화 한 통에 무너집니다.
심지어는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여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하라는 민원과, 학교 운동장 지하에 주차장을 조성하라는 민원까지도 온다고 하죠.
교사 개인이 실행할 수 없는 과도한 민원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힘든 민원 중 하나는 자녀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자녀가 아프거나, 알레르기가 있어서 급식 시간에 주의를 주라는 것은 부모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부탁입니다. 이를 민원이라고 하지 않죠. 하지만, 짝을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해달라거나 반 편성에 개입을 하거나, 심지어는 학생의 활동 상황을 사진으로 촬영하여 보고해 달라는 민원까지 오는 수준입니다.
아마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활동하는 사진을 찍어 전송하고, 매일같이 알림장을 써 왔던 여파가 초, 중, 고 학교까지 미치는 것이겠죠.
그리고 난감하게도 수행평가 점수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는 학부모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선생님들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유발하죠. 심지어 민원 전화나 메시지가 밤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학부모들도 직장생활을 하기에 퇴근 이후에 메시지나 전화를 걸기 때문이죠.
물론, 교사는 퇴근한 이후입니다. 하지만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대체로 공개하기 때문에 업무가 연장되는 것이죠. 그렇다고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학생이 갑자기 아프거나, 일이 생기면 담임교사가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최근에 학교에 민원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담임교사가 받을 민원을 다른 교원이나 교직원에게 폭탄 돌리기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1) 확실한 법적 장치 필요
확실한 법제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학생이 수업침해 행위를 해도 교사가 스스로 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존의 상벌점제는 실효가 없었습니다.
수업 방해를 하는 요건이 명확하다면 이를 수치화하여 수업에서 분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정신 질환이 의심되는 학생에 한해서는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고 확인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담임이나 교사 개인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권유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습니다. '우리 애를 정신병자 취급하냐'는 식의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가령 '수업 방해 행위가 5회 이상 누적되면 정신과에서 진료받고 진료확인서를 받아와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지 교사를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특정 몇 학생 때문에 교실에 다른 학생들이 피해를 받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질적으로 정신과 진료와 치료를 통해서 수업 방해가 개선되고 학교 생활도 더 잘할 수 있다면 학생 스스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단지, 정신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시선이 문제가 될 뿐이죠.
2) 교사 업무 시간의 명시
또한, 학부모의 민원 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업무용 휴대전화를 지급하거나 업무용 번호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매일 저녁까지 민원에 노출되어 있는 교사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죠.
3) 교사, 교직원을 제외한 민원부서 설립
마지막으로 민원은 담임이 받더라도 이를 거절하거나 명확하게 법적 근거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담임교사는 학부모와 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추가 민원이 제기되거나 맘카페에서 여론전을 펼치는 학부모님들이 많기 때문이죠. 따라서, 민원 접수는 담임이 하더라도 이를 해결하는 제3의 기관이 있어야 합니다.
곧 서이초에서 돌아가신 선생님의 49제가 돌아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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