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 학생들이 맞고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고소라는 용어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 수사기관(경찰이나 검찰)에 신고하는 것을 말하죠. 그래서 학교폭력 신고에 대한 역신고는 맞고소라기보다는 맞신고라는 표현이 더 옳겠습니다. 그런데 맞신고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사례 두 가지를 통해서 볼게요.
첫 번째 사례
1) 신고 접수
중학교 1학년 여학생 A는 학기 초부터 지속적인 학교폭력(신체적, 언어적, 사이버)을 당했다고 신고했는데요. 가해학생으로 같은 반 친구였던 남학생인 B를 지목했습니다. B가 지나가면서 어깨를 치거나 수업시간에 제대로 발표를 못한다고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또, B가 SNS에서 '돼지'라고 외모를 비하하는 별명을 부르면서 놀리기도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2) 진행 과정
A학생은 B학생이 자신에게 사과한다면 용서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B학생은 왜 자신이 A에게 사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A학생 또한 SNS에서 B학생에 대한 욕설을 했고, 수업 시간에도 서로 장난으로 한 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B학생은 A학생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맞신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고요.
3) 결과
두 학생 모두 정신과에서 진단서를 끊고, 변호사를 선임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쌍방의 처벌이 나왔습니다. A학생은 학교폭력 1호(서면 사과) 처분이 나왔고, B학생은 1호(서면 사과)와 2호(접근 금지)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렇게 결론이 나면 양쪽에게 모두 불행한 결과입니다. 서로 약한 처분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생활기록부에는 기록되기 때문이죠. 양측 다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였기 때문에 학폭 처분 결과에 대한 행정심판을 신청했으나 기각됐습니다.
두 번째 사례
1) 신고 접수
중학교 3학년 A학생은 체육 시간 축구를 하는 중 자살골을 넣었습니다. 그 일로 같은 편인 B학생에게 욕설을 들었는데요. A학생 또한 폭언으로 대응했습니다. 화가 난 B학생은 A학생에게 가서 때려보라며 머리를 들이밀었고, 이 과정에서 A학생의 코에 B학생의 머리가 부딪혔습니다. 외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A학생은 고통을 호소하며 신체폭력을 했다며 B학생을 신고했습니다.
2) 진행 과정
A학생이 자신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는 것을 안 B학생은 당시 본인이 흥분해서 그런 일을 했다고 A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럼에도 A학생이 사과를 받아주지 않자 평소 A학생의 행실을 문제 삼아 학교폭력 맞신고를 했는데요. A학생이 SNS로 보낸 욕설과 폭언을 캡처하여 맞신고 하게 됩니다.
3) 결과
두 학생 모두 중학교 3학년이었기에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것이 두려웠는지는 모르지만, 맞신고를 하자 결국 서로 사과하고 학교장 자체해결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학교장 자체해결의 경우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교육청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끝나는 겁니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
학교폭력으로 맞신고를 하게 되어 교육청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에 가면 양측 다 어떤 식으로든 처벌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거기까지 간 상태라면 양측 다 감정싸움으로 번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있었던 아주 사소했던 문제들까지 다 끄집어내어 상대의 잘못에 책임을 묻는데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양쪽 모두 처벌이 나옵니다.
*** 가장 큰 문제는 결국 학생 싸움이 학부모들의 대리전이되는 겁니다. 학교에서 갈등중재 등을 위해 노력하더라도 '가해학생의 편을 든다'거나, '피해학생이 오히려 가해자'라면서 서로 감정싸움이 격해지면서 교육청까지 가게 됩니다. 서로에게 상처가 더 깊이 남는 방식이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을 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을 선택할 때 옳고 그름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학교폭력의 상황에서 선택을 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현명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너무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학생은 가해자라고 역으로 신고를 당하면 억울함이 더욱 가중되고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가해/피해자가 명확한 학교폭력과, 피해 상황이 심각한 학교폭력은 당연히 신고를 해야겠죠. 하지만 수업 중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일어났던 학교폭력 상황은 대부분 학생들의 감정이 가라앉으면서 해소됩니다.
또한, 평소에 가해/피해학생이 친구라면 둘 사이에 오해를 풀면 원만하게 해결이 됩니다. 첫 번째 사례의 학생도 친구에게 사과를 받기 위한 신고였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님의 싸움으로 번지면서 양측 다 처벌을 받게 된 상황이었거든요.
만약에 피해/가해 학생의 학부모님이라면 자녀의 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수용해 주시돼, 어떤 해결을 원하는지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루, 이틀 대화를 나누면 자녀가 받은 피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이해할 수 있거든요.
또한, 이러한 갈등의 해소의 과정들이 학생들의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시간이라는 점을 믿으셔야 합니다. 자녀가 속상해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 주고 싶은 것이 부모님의 마음일 겁니다. 하지만,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이 학생의 내면을 더 성장하게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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